Jester Carte
너는 손가락을 더이상 움직이지 못하고 기절에 가깝다고 해야 할 정도로 잠에 빠졌다. 방금 전까지만해도 괴로운 듯 눈물을 흘린 사람이라곤 보이지 않을 정도로 너는 메트로놈 처럼 규칙적인 호흡을 내쉰다. 네 얼굴을 타고 흘러내린 눈물만 아니였어도, 너는 아무 일 없이 평화로이 잠든 사람처럼 보였을 것이다. 답답한 마음에 한숨을 살짝 내쉬곤, 너의 눈물을 손가락으로 훔쳤다. 살짝 축축한 감각과 함께, 내 손가락에 맺힌 너의 눈물방울이 내 마음을 괴롭게 만든다. [정말 모든 게 두려운데, 무서운데, 살아나가고 싶] 내 스마트 폰의 무기질적인 액정이 네가 쓴 마지막 말 만을 보여준다. 분명 이 일이 있기 전까지만해도, 우리들의 일상은 평온했다. 네가 늦게나마 집에 돌아오면 나는 다녀왔냐는 인사를 하고, 너의 머리..
[Aster] -당신을 믿고 있어요. 여타 다른 사람들처럼 나는 계약 제의는 메일로 받는 편이었다. 그리고 이번 제의도 언제나처럼 받는 메일주소로 왔고, 나는 별 감흥없이 이번 제의의 내용을 훑었다. 이번 계약 제의는 영화 주제가와 OST의 모든 트랙을 전속으로 작곡하는 것이였고, 감독이 이제 막 뜨기 시작한 사람이라는걸 감안해서 페이는 나쁘지 않은 편이였다. '트랙 수는 어림잡아 30트랙에서 40트랙정도... 장르는 미스테리니까 상당히 높은 음역대의 현악기로 긴장감을 조성하면 되려나.' 대략적인 영화의 시놉시스에 따라서 머릿속으로 악상을 구상한다. 거울속에 나타난 '나타나선 안될 존재'의 모습. 그리고 그 존재를 본 극단원들의 감정. 그들의 감정은 어떻지? 놀라움, 혹은 그걸 넘어선 경악? 시놉시스는 ..
ㅡ언젠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게 될거야. 우리 아들에겐 그런 날이 꼭 올거야. 그러니까, 그런 날이 오게 된다면... 몇 번이고 갈망해온 어릴 적의 파편이 다시금 기억이라는 수면 위로 떠올랐다. 언제적의 기억일까. 애매하게 떠오르는 어릴 적의 추억조차 긴 세월 앞에선 그저 뽀얀 먼지로 가득 뒤덮인 낡은 골동품이 되어버리는 걸까. 분명, 잊지 않으리라 장담했건만. "...그런 날이, 오게 된다면..." 마지막의 기억이 너무나도 흐리다. 마치 순백의 물감 위에 온갖 색상의 물을 방울방울 흘려, 본연의 순백색을 잃어버린 것 처럼. 분명 두 사람을 관 속에 안치할 때 까지만해도 잊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하지만 사람의 기억은 다짐과는 달리, 변질되기 쉬운 것이었다. 언제나처럼 한숨을 살짝 내쉬며 커튼으로 살짝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