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ster Carte

과거 청산 본문

ZETA/Достигай идеала

과거 청산

엔디미오 2017. 7. 21. 12:11

 

 

 

처음엔 정말 사소한 생각으로부터 출발했다. 자신은 그저 이전부터 여장을 하는 것이 당연했고, 주변에서도 그러는 것이 당연하다는 듯 화려한 여성용 기모노나 유카타를 줬기에. 그래서 자신은 지금까지의 인생에서 보통의 남자아이들과의 괴리감을 느껴본 적이 별로 없었다. 아니, 사실 드넓은 토지를 제외하곤 갖고있는건 별로 남아있지 않은 가문의 입김이 닿는 곳에서 통학했고, 어르신들의 반발 속에서 간신히 고등학교만이라도 아야나기로 진학했지만 이 곳 마저도 기숙사제였기에 굳이 밖으로 나올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자신은 학교와 기숙사 이외의 바깥 지리는 문외한이였기 때문에. 그리고 자신이 지리에 관해선 문외한이라는걸 몰랐기에 괴리감이나 불편함 따위를 느껴본 적이 없었던 것 일지도. 이 때문에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그 날, 저녁식사로 어딜 가고싶은지 물어보던 그의 질문에 교외에 대해선 문외한이라 답할때 얼마나 부끄러웠는가. 자신은 결국 아야나기에서도, 사회적으로도 연못 속의 잉어이자 우물 속 개구리였던 것이다. 그리고 그 벽을 뛰어넘기 위해 노력을 하다보면 꼭 원하지 않는 일이 종종 일어나곤 했다.

 

"미안합니다만, 저는 남자입니다."

 

"그, 그래도! 번호만이라도 어떻게...!"

 

예의상 차마 밖으로 한숨을 내뱉을 수는 없으니 속으로나마 이미 몇번째인지도 모를 깊은 한숨을 내뱉는게 이젠 일상이다. 죄를 짓지도 않았건만, 제 쪽에서 고개를 살짝 숙이며 초면인 여자나 남자들에게 미안하다면서 연인이 있다고 말하곤 물리는 것도 이젠 지쳐간다.
사실 이 정도면 양반인 수준이고, 버틸 수 있다. 하지만 심한 경우엔 연인이 이미 있다는 말에 골키퍼를 운운하며 되받아 치는 경우가 있었으며, 강하게 뿌리쳤음에도 불구하고 집요한 시선으로 몰래 제 뒤를 밟는 경우도 있었다. 그럴 땐 모르는 척을 할 수 없으니, 뒤를 돌아보곤 시선을 마주치며 더 강하게 내치면 어느정도 돌아가는 편이었다. 그래, 이정도면 인내심의 한계에 아슬하게 도달하는 정도의 수준이다.

 

최악의 경우까지 겪어봤으니까.

 

방금의 남자를 물리곤 몸을 돌려선 몇 보를 걸었을까, 당시의 기억이 생생하게 손목과 다리를 옥죄어온다. 최악의 경우. 그래, 그 기억. 막무가내로 팔을 낚아채더니, 손등에 입을 맞추곤 제가 연연이라도 된 것 마냥 그 역겨운 시선을 맞추는ㅡ

 

순간적으로 밀려오는 역겨움에 재빨리 그림자가 드리워져, 바로 옆에 있던 어두침침한 골목길의 전봇대를 동앗줄마냥 손을 짚곤 고개를 숙였다. 그 시선은 자신을 끌어 올려주는 연인의 시선과는 정반대의 깊은 늪이였다는 것 만이, 자신이 머릿 속으로 기억하고 있는 유일한 특징이였다. 그리고 머릿 속으로 기억하고 있지 않은 것은 전부 이 몸이 기억하기에. 그렇기에 더욱 최악의 기억으로 남아버린 그 순간이 며칠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괴롭힌다.
이 코우즈키 네무이가, 그런 수모를 당하고도 가만히 있을리가 없었다. 그래, 가만히 있을리 없으니 힘껏 따귀라도 후려쳤다. 허나 그 시선의 연결을 놓치지 않겠다는 것 마냥 고개는 돌아가지 않고, 오직 자신의 눈만을 주시하던 그 남자는 도대체 무엇이였을까.

 

고개를 숙이자 볼을 타고 흐르는 식은 땀에, 긴 머리칼이 몇 가닥씩 땀을 흘렸다는 흔적을 남긴 볼에 엉겨붙는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주변 지리를 조금이라도 더 익히려 노력하는 우물 속 개구리의 가장 큰 방해 요소가 이 긴 머리카락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문득 뇌리를 스쳤다.
여자면 모를까, 남자들마저 자신을 잡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한 일이다. 혹시 자신의 과거 전부를 상징하는 이 머리카락이, 여태껏 망령마냥 발목을 잡고 있었던게 아닐까?

 

"...하하, 역시 제정신이 아니니까 별의별 생각을 다 하네요."

 

양지의 대로변으로부터 단 몇 센치 차이임에도 골목에 드리운 그림자 덕에 바로 앞에 보이는 수많은 인파의 움직임이 제 눈에 마냥 브라운관마냥 보인다. 과연 저 사람들 중에 자신을 건드릴 무서운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의미없는 생각을 하며, 가로등에 기댄 채 무너지듯 털썩 앉아버렸다. 이유없이 전신의 힘이 자신을 옥죄는 무형(無形)의 손에 의해 모조리 빠져나가는 느낌이다. 일사병이라도 걸린걸까, 아니면 정말로 망령 때문인걸까.

 

"...머리, 카락."

 

망령. 그리고 머리카락. 정말 사전적 의미상의 관계성이라곤 손톱만큼도 찾아볼 수 없지만, 어째서인지 생각을 하면 할수록 자신을 이끄는 듯한 기분에 한숨을 폭 내쉬었다.

그래, 어차피 아야나기를 졸업하자마자 해결했어야 하는 문제였다. 중학교를 졸업하면서부터 마음 속 한 곳으로부터 가문에서 최대한 벗어나고 싶어했으니까. 그 간의 증거이자 상징인 이 망령을 잘라내면, 적어도 남자들 만큼은 더이상 착각하진 않겠지. 자신을 보는건 이제 앞으로의 관객들과 제 사랑스러운 연인이면 족하다.

.

.

.

.

.

.

.

"리히토, 있잖아요...! ...저, 많이 이상한가요?"

(Password=트위터 내 네무이 아이디)


 


'ZETA > Достигай идеала' 카테고리의 다른 글

チェリーハント  (0) 2017.07.21
乙月 鈴音_벚꽃 비  (0) 2017.07.21
Non_Title  (0) 2017.07.21
영영 돌아오지 않을 봄.  (0) 2017.07.21
Gift-Cantarella-  (0) 2017.07.21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