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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other Marigold. 본문

ZETA/Я как во сне

Another Marigold.

엔디미오 2018. 7. 17. 01:01
전에 내가 말했던 적이 있을거야. '어느 순간부터였는지 기억이 잘 나질 않는다.'고.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언제부터 널 신경쓰기 시작했는지 알 것 같아. 네 뒷모습이 눈을 감아도 아른거릴 정도로 너를 신경쓰게 되었던 거. 그건 아마 너의 사정을 듣고 난 직후부터였다고 생각해. ...그래, 처음엔 그저 단순한 호기심이 들었던 것 같아. 너와 나는 비슷한 인생 가도가 앞에 있었지만, 처음부터 주어진 환경 조건이 달랐다는게 단번에 생각났거든. 네 사정을 들으면서 그런 생각이 문득 들었던 것 같아.


언제나 교사 뒤편으로 불려나와선 사랑 고백을 받아왔지만, 어김없이 그 모든 고백들을 거절 해왔어. 그런 내 모습에 주변에 있던 아이들은 자존심이 높은 도련님을 보는 눈으로 날 봤지. 그 누가 고백을 하더라도 저 아이는 절대 받아주지 않을 거라면서.


그런데 말이야, 사실은 사람과 사람간의 인연을 갈망해왔어. 단지 마지막으로 받아봤던 사랑이 아가페적인 부모의 헌신적인 사랑이였고, 그 이외의 형태로 사랑을 받는다는 사실이 두려워서 계속 거절해왔던거야. 그저 어릴적의 모습만을 유지하려고 쓸데 없는 안간힘을 써온거지. 아, 그렇네. 어쩌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 시절에 멈춘 상태로 나아가는걸 두려워했나봐. 그래서 너를 향한 마음을 금방 포기했던거겠지. 처음으로 내가 타인에게 마음을 품었다 한들, 상대방이 거절한다면 여태껏 유지해왔던 '멈춰있는 나' 마저 망가져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래서 당황했어. 무섭기도 했고, 결국엔 고백받은 그 자리에서 도망치듯 자리를 피해버렸지. ...왜 무서웠냐고? 글쎄.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가 여태껏 품고있던 마음을 말로 내뱉어버린게 아닐까... 싶어서? 네 입에서 나온 말이, 혹시 나도 모르게 내가 내뱉은 말이 아닌가 싶어서 무서웠어. 그만큼 믿을 수 없었거든. 네 목소리로, 내 귀를 통해 고백을 듣는다는 사실이 말이야.
자리를 피할 때 내 모습은 어땠어? 키리미야 레이의 처음 보는 멍청한 모습이였을까? 그땐 도망쳐야겠다는 생각밖에 안들어서 내가 어떻게 도망쳤는지도 모르겠네.


친구들만이 가족으로 느껴졌고, 그런 가족 같은 친구인 너를 잃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던 적이 있었던 것 같아. ...맞아, 네 고백에 답할 때 했던 말이지. 기억하고 있으려나?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괜찮지만.
그 때로 돌아간다면, 아마 몇 번이고 같은 고민을 했을거야. 우정의 유지냐, 새로운 관계의 시작이냐. 물론 그 때 내린 선택에 후회는 없어.
아, 오해하지 말아줬으면 해. 지금 너와의 관계에 후회할만한건 전혀 없고, 앞으로도 없을 것 같으니까. 정말로! 아니, 이게 아니라... 그러니까 말이야, 이젠 가족같은 친구가 아니라 정말로 가족이 되고 싶어. 이전에 농담조로 말했던 입양이니, 형제니 그런 형태 말고.


이미 알고 있잖아? 어떤 형태로 가족이 되고 싶은지.


사실 귀국하자마자 줄 생각이였는데, 돌아오고 나선 나 자신에게 생긴 불안감 때문에 머뭇거렸고... 그 사이에 네가 그런... 일을 당해서 많이 후회했어. 네가 사라져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무너져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래서 더이상 늦기 전에 전하려고.


세간에서 평가하는 키리미야 레이는 인외(人外)의 경지에 이른 사람으로 칭송받지만, 사카이 신을 사랑하는 나는 사실 더없이 부족하기만 한 사람이야. 매사에 냉정해 보이고, 규칙대로의 삶을 사는 사람처럼 보이겠지만, 너에게 만큼은 그저 단 하나뿐인 사랑스러운 존재로 보이고 싶어.




...사카이 신. 지금 당장은 무리겠지만, 몇 년이 지난 후엔 반드시 당신과 해외에서 결혼식을 올리겠습니다.
그리고 제 평생의 반려가 되어주세요.
그때까지의 약속으로, 결혼을 전제로... 제 반지를 받아주세요.


 

 

 

 


 

[Marigold]
-인내(忍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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