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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ETA/Я как во сне

Asphodel.

엔디미오 2018. 5. 2. 04:01

ㅡ언젠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게 될거야. 우리 아들에겐 그런 날이 꼭 올거야. 그러니까, 그런 날이 오게 된다면...

몇 번이고 갈망해온 어릴 적의 파편이 다시금 기억이라는 수면 위로 떠올랐다. 언제적의 기억일까. 애매하게 떠오르는 어릴 적의 추억조차 긴 세월 앞에선 그저 뽀얀 먼지로 가득 뒤덮인 낡은 골동품이 되어버리는 걸까. 분명, 잊지 않으리라 장담했건만.

"...그런 날이, 오게 된다면..."

마지막의 기억이 너무나도 흐리다. 마치 순백의 물감 위에 온갖 색상의 물을 방울방울 흘려, 본연의 순백색을 잃어버린 것 처럼. 분명 두 사람을 관 속에 안치할 때 까지만해도 잊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하지만 사람의 기억은 다짐과는 달리, 변질되기 쉬운 것이었다.

언제나처럼 한숨을 살짝 내쉬며 커튼으로 살짝 가려진 창 밖을 내다보았다. 해가 뜨려면 아직 멀었는지, 도심의 네온사인이 여전히 형형색색으로 빛을 발하고 있었다. 아무리 한 나라의 수도에 위치했다곤 해도 이렇게까지 심하게 눈이 아플 정도의 빛으로 가득하진 않았던 집을 생각하니, 지금 당장 눈을 아프게 만드는 이 빛을 너그러운 마음으로 용서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니지. 더 정확힌 그 집에 있을..."

지금은 연인이 기다리고 있을 내 집. 한때는 아버지와 어머니가 함께 한 그 집. 그리고 앞으로는 미래를 약속할 연인과 함께 할 집. 생각만으로도 전례없는 흐뭇함이 몇 년이고 텅 비워진 상태였던 내 마음 한구석을 따스하게 채운다. 어서 만나러 가고싶어. 너를, 사랑스러운 너를.
남들에게는 상상조차 못 할 어리광을 부리더라도, 너는 받아줄 것만 같아서. 남들에게선 상상조차 못 할 따스함을 갈망하더라도, 너는 내어줄 것만 같아서. 남들에게는 단 한번도 품어보지 못한 이 감정을, 너는 기쁘게 받아줄 것만 같아서. 아니, 같은게 아니라 너는 그럴 것이 분명해. 그래서ㅡ

"...더더욱 돌려주질 못하겠어."

150으로 받는 이 행복함이라는 감정을, 100밖에 돌려줄 수 없다. 나머지 50이라는 여분은 여태껏 정(精)을 갈구해 온 내가 전부 먹어치워버리니까. 하지만 허겁지겁 먹어놓고나서야 항상 그 끝에 깨닫는다. 내가 먹어치워버려서 100밖에 돌려주지 못했는데. 그렇게 되면, 150을 준 너는 남은 텅 빈 50을 비운 채 어떻게 살아갈 수 있는거지?
만약 네가 이런 나에게 질려서 원망을 하더라도. 만약 네가 험한 말을 하게 되더라도. 만약 네가 나를 등지고 떠나버린다 하더라도.
나는 널 미련 없이 보내줄 수 있을까?

순간, 구역질이 올라올 것만 같아서 입을 급하게 틀어막았다. 마음이 불안함으로 술렁여서일까, 아니면 게걸스레 먹어치운 50의 애정이 체해서 올라오는 걸까. 그것도 아니라면.

"..."

언제나 지나가는 사람들로 가득했던 인생이였다. 나 홀로 벚꽃 아래에, 푸른 이파리 아래에, 낙엽 아래에, 앙상한 가지 아래에 앉아있어도 진정으로 내가 바라던 것은 절대 주지 않는 사람들로 가득했던 인생이였다. 그렇게 나를 놓고 세계는 해를 거듭해왔다. 그러던 중, 드디어 '원하는 것을 주는 사람'이 다가와버린 것이다. 그러자 제 어린아이 마냥 작은 독점심이, 가장 좋아하는 장난감을 빼앗길 틈 조차 주지 않는 이 마음이 만들어낸 참상이, 지금의 자신을 만들어버린 것이다. 물론 네가 장난감에 불과한 그런 작은 존재일리 없다. 남에게는 몰라도, 너는 나에게 있어 기라성 중 가장 큰 별이다. 그래서 돌려주고 싶은데, 어떻게 돌려줘야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돌려주지 않더라도, 가여우면서도 아름다운 연인은 결코 해코지 한번 안할 것이 분명하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 그래서 돌려주지 않는 것일지도 모른다. 언제나처럼의 그 같잖은 자존심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변명만을 반복하며.

"...신."

미안해. 그리고 사랑해.  욕심투성이에다가 프라이드 높은 나를, 부디 계속해서 원해줘. 이런 나를, 언뜻 보여주는 너의 갈구하는 모습으로 먹어치워줘. 끝 없는 심(深)연으로 끌어당겨줘. 그러면, 분명 내가 먹어치운 50의 분량이 남김없이 너에게로 돌아갈거야. 그렇게 되면, 강박적인 균형-수지타산-이 맞을 테니까 안심할 수 있을거야.

나도, 너도, 우리 둘 다.

서로를 향한 걱정 하나 없이 행복해질 수 있을 거야.


ㅡ그런 날이 오게 된다면... 너의 방식으로 아낌없이 사랑하렴.



[Asphodel]
-나는 당신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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