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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ster Carte
언제부터였을까. 단순히 크게만 보였던 자적(紫赤)이, 어느샌가 내 마음속에 들어와버린건. '코우즈키 언니!' 마냥 어렸던 일곱살의 자신이 벚나무로 무성한 산책로의 벤치에 앉아있는 소녀에게 뛰어갔다. 벤치에 앉아있는 소녀는 마냥 곱고 아름다웠다. 방계가 꽤 많은 편인 코우즈키의 유일한 핏줄이자 차기 가주, 코우즈키 네무이. 그녀는 자신이 꿈꾸는 미래였다. 물론 나이차는 두살정도밖에 나지 않는 롤모델이지만, 두살 차이는 커녕 네다섯살 차이가 난다고 해도 믿을 정도의 저 어른스러움은 본받고픈 모습이였다. '오랜만이네요, 오토즈키.' 여름도 아닌데 치링, 하고 풍령이 울리는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청명한 목소리. 소녀는 읽던 책을 벤치에 올려놓곤 제 쪽으로 양 팔을 벌렸다. 그러면 자신은 항상 달려가, 그 품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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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연례행사가 없는 날인데, 본가에서 호출령이 내려왔다. 겨울 방학이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서, 이제 막 고등학교 2학년생이 되는 그녀는 준비해야하는게 너무나도 많았기에 웬만해선 거절하려했다. 그 목소리만 아니였다면, 말이다. ㅡ이야기를 하고싶네요, 오토즈키. 수화기 너머로 들린 그 목소리는 방금전까지 자신에게 호출령을 내린 식솔의 목소리가 아닌, 오라버니의 목소리였기에 오토즈키는 끊으려던 전화를 양손으로 쥐곤 제 목소리가 기대로 떨리는지도 모르고 입을 열었다. "코우즈키 오라버니, 오라버니인가요? 오라버니?" ㅡ네, 당신이 그렇게나 찾는 그 오라버니입니다. 여전히 여유롭고 어딘가 나른한듯한 목소리는 그의 목소리가 맞았기에, 그녀는 재빨리 옷을 껴입곤 차에 올라탔다. 그리곤 다시 전화기의 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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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정말 사소한 생각으로부터 출발했다. 자신은 그저 이전부터 여장을 하는 것이 당연했고, 주변에서도 그러는 것이 당연하다는 듯 화려한 여성용 기모노나 유카타를 줬기에. 그래서 자신은 지금까지의 인생에서 보통의 남자아이들과의 괴리감을 느껴본 적이 별로 없었다. 아니, 사실 드넓은 토지를 제외하곤 갖고있는건 별로 남아있지 않은 가문의 입김이 닿는 곳에서 통학했고, 어르신들의 반발 속에서 간신히 고등학교만이라도 아야나기로 진학했지만 이 곳 마저도 기숙사제였기에 굳이 밖으로 나올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자신은 학교와 기숙사 이외의 바깥 지리는 문외한이였기 때문에. 그리고 자신이 지리에 관해선 문외한이라는걸 몰랐기에 괴리감이나 불편함 따위를 느껴본 적이 없었던 것 일지도. 이 때문에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그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