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ster Carte
악몽(悪夢) [앙몽] [명사] 1. 불길하고 무서운 꿈. 2. 차라리 꿈이었으면 싶은 끔찍한 상황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자신이 밟고있는 것이 제아무리 작은 도랑이라 할지라도, 본가의 드넓은 재배지에 물을 공급하는 중요 수로로 쓰이는걸 잊고있었다. 아차. 하는 순간에 몸의 중심은 빙판 위에서 무서우리만큼 기울어졌고, 네무이의 몸은 이내 빙판에 부딪혔다. 앗…! 짧은 단말마를 내뱉었다. 다행히 부딪힌 등 이외의 부위는 아무런 타격이 없는 듯 했다. 하지만 안도의 한숨을 내쉴 틈 조차 없이 몸 아래로부터 불안한 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차가운 얼음물이 그의 몸을 잡아먹었다. 아니. 정확히는 '풍덩' 소리와 함께, 네무이는 수영을 할 줄 앎에도 불구하고 일부러 물에 몸을 맡긴채 수면 아래로 떨어졌다. 마치 악..
ㅡ자, 노래해볼까요? 밤이면 밤마다 열리는 욕망의 플로어. 검은 스타킹과 부츠를 신고, 살짝 화려하게 장식된 레이스 의상과 코르셋을 노래 부르는데엔 방해가 되지 않을정도로만 살짝 조이며 끈으로 매듭을 짓는걸로 의복은 끝. "...아, 메이크업을 잊으면 안되겠죠." 붉은 립으로 입술을 체리로 착각해 맛보고싶을정도로 탐스럽게. 이 이상의 메이크업은 오히려 흔해빠진 플로어의 백댄서마냥 보일지도 모르는 독이나 다름없으니 패스. 만족스레 몇발짝 앞으로 걸어가 제 모습을 확인하자, 이제 플로어의 화려하고 도도한 세븐스타-주역-만이 거울 앞에 있다. 어릴적부터 동경해온 바(Bar)의 플로어는 몇년이 지나도 똑같은 스포트라이트, 똑같은 분위기로 '어서와'라는듯 자신을 위로 이끌었다. 그리고 자신은 그 위에 올라, 수많..
언제부터였을까. 단순히 크게만 보였던 자적(紫赤)이, 어느샌가 내 마음속에 들어와버린건. '코우즈키 언니!' 마냥 어렸던 일곱살의 자신이 벚나무로 무성한 산책로의 벤치에 앉아있는 소녀에게 뛰어갔다. 벤치에 앉아있는 소녀는 마냥 곱고 아름다웠다. 방계가 꽤 많은 편인 코우즈키의 유일한 핏줄이자 차기 가주, 코우즈키 네무이. 그녀는 자신이 꿈꾸는 미래였다. 물론 나이차는 두살정도밖에 나지 않는 롤모델이지만, 두살 차이는 커녕 네다섯살 차이가 난다고 해도 믿을 정도의 저 어른스러움은 본받고픈 모습이였다. '오랜만이네요, 오토즈키.' 여름도 아닌데 치링, 하고 풍령이 울리는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청명한 목소리. 소녀는 읽던 책을 벤치에 올려놓곤 제 쪽으로 양 팔을 벌렸다. 그러면 자신은 항상 달려가, 그 품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