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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ster Carte
코우즈키 네무이는 언제나 무대 뒤에 서있었다. 무대 뒤에 숨은채 스테이지 위의 스포트라이트를 동경하며, 손을 뻗어보았다. 하지만 어린 팔은 너무나도 짧았다. 코우즈키 네무이는 빛나는 것을 동경했다. 스테이지 위의 스포트라이트를 동경한다면, 자신은 분명 빛나는걸 동경하고있는 것 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그저 빛나는 것 만을 쫓기엔, 지금의 자신에겐 배울것이 너무나도 많다는걸 깨달아버렸다. 코우즈키 네무이는 그런 자신을 '까마귀'로 정의내렸다. 자격조차 부족한 존재가 마냥 빛나는것만을 동경해, 욕심을 품는다면 그건 분명 까마귀이리라. 하지만 제 팔은 자유로이 날아갈 수 있는 날개조차 아니였다. 남아있는거라곤 추하게 부러진 날개의 흔적이였고, 자신은 추락해버렸다. 결국 코우즈키 네무이는 아무것도 아니..
의도했던 의도치않았던 뮤지컬 학과에 들어오게되었고, 결국 경쟁세계임은 변하지 않죠. 그 세계에서 신야군 안의 '정복욕'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나와버려 세상의 눈에 발각되는건 시간문제에요. 피를 타고 흐르는 재능도 있고, 빙산을 아무리 수면 아래로 억눌러도, 본래 존재하는 무의식이란 사람의 안에 뿌리박혀 녹지 않죠. 사람이란게, 무의식적으로 나오는 그 욕망은 쉽게 사그러들지 않으니까요. 결국 신야군은 정점에 서게 될거에요. 뮤지컬 학과에 들어올때 원했던, 원치 않았던 것 처럼. 그리고 제가 아는 사람들중 하나가 신야군과 비슷한 타입이였어요. 뮤지컬을 하고있는데 정작 다른걸 할때 더욱 빛나보이는 그런 사람. 1년간 종종 교내를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듣게된 피아노의 음색은 '과연 뮤지컬 학과에 들어오기전에 완..
이건 여태까지의 착각을 바로잡기 위한 모놀로그monologue. 「중요한 선택 앞에서 고민하는건 당연한 게 아닌가.」 당신은 평소와 같은 목소리로 내 과거를 관통하는, 현재에도 이어지는… 그리고 미래까지 끌고갈지도 몰랐던 의문을 종결해버렸습니다. 여태까지 속에서 끊임없이 일어올랐다가 가라앉길 반복하는 의심들을, 이성적인 당신답게 가볍게 코웃음치며 잠식시켰죠. 어릴적부터 가져온 꿈이였고, 1학년때 스타워크에서 강등당했음에도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당신을 지표삼아 먼발치에서 동경심을 품은채 여기까지 무사히 도착했단것 만으로 이미 어딘가 후련했기에. 그랬기에 졸업 이후, 요컨대 미래를 생각할 여유가 없었던것같아요. 현재에 머무르기만을 바래왔던걸지도 모르죠. 당신이 주는 이 행복한 순간에 취한채, 손을 맞잡고 끝..
이 이야기는 어느 청년이 노래하는 이야기. 옛날 어느 먼 옛날, 언덕에서 내려오면 있는 마을에는 한 청년이 살았습니다. 그는 살기에만 급급했고, 동경하는걸 품거나 꿈을 꿀 새도 없이 벼를 베고, 씨앗을 심기만을 반복했습니다. 전승되는 기록에 의하면, 이 마을에는 마녀가 있었다고 합니다. 뭐, 역사가 깊은곳이 있으면 하나 둘씩 생기는 단순한 옛날이야기죠. 청년 또한 어릴적부터 그런 옛날 이야기를 자주 듣고 자라왔기에, 단순히 옛날이야기로 생각하곤 넘겼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추수가 막 시작된 가을. 청년은 잘 익은 보리로 가득한 황금빛 들판에서 처음 보는 사람과 만났습니다. "나는 리히토라고 한다. 너의 이름은?" 처음 보는 사람이 먼저 입을 열었습니다. 청년은 대뜸 제 이름을 말하는 사람이 재미있어, 자..
악몽(悪夢) [앙몽] [명사] 1. 불길하고 무서운 꿈. 2. 차라리 꿈이었으면 싶은 끔찍한 상황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자신이 밟고있는 것이 제아무리 작은 도랑이라 할지라도, 본가의 드넓은 재배지에 물을 공급하는 중요 수로로 쓰이는걸 잊고있었다. 아차. 하는 순간에 몸의 중심은 빙판 위에서 무서우리만큼 기울어졌고, 네무이의 몸은 이내 빙판에 부딪혔다. 앗…! 짧은 단말마를 내뱉었다. 다행히 부딪힌 등 이외의 부위는 아무런 타격이 없는 듯 했다. 하지만 안도의 한숨을 내쉴 틈 조차 없이 몸 아래로부터 불안한 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차가운 얼음물이 그의 몸을 잡아먹었다. 아니. 정확히는 '풍덩' 소리와 함께, 네무이는 수영을 할 줄 앎에도 불구하고 일부러 물에 몸을 맡긴채 수면 아래로 떨어졌다. 마치 악..
ㅡ자, 노래해볼까요? 밤이면 밤마다 열리는 욕망의 플로어. 검은 스타킹과 부츠를 신고, 살짝 화려하게 장식된 레이스 의상과 코르셋을 노래 부르는데엔 방해가 되지 않을정도로만 살짝 조이며 끈으로 매듭을 짓는걸로 의복은 끝. "...아, 메이크업을 잊으면 안되겠죠." 붉은 립으로 입술을 체리로 착각해 맛보고싶을정도로 탐스럽게. 이 이상의 메이크업은 오히려 흔해빠진 플로어의 백댄서마냥 보일지도 모르는 독이나 다름없으니 패스. 만족스레 몇발짝 앞으로 걸어가 제 모습을 확인하자, 이제 플로어의 화려하고 도도한 세븐스타-주역-만이 거울 앞에 있다. 어릴적부터 동경해온 바(Bar)의 플로어는 몇년이 지나도 똑같은 스포트라이트, 똑같은 분위기로 '어서와'라는듯 자신을 위로 이끌었다. 그리고 자신은 그 위에 올라, 수많..
언제부터였을까. 단순히 크게만 보였던 자적(紫赤)이, 어느샌가 내 마음속에 들어와버린건. '코우즈키 언니!' 마냥 어렸던 일곱살의 자신이 벚나무로 무성한 산책로의 벤치에 앉아있는 소녀에게 뛰어갔다. 벤치에 앉아있는 소녀는 마냥 곱고 아름다웠다. 방계가 꽤 많은 편인 코우즈키의 유일한 핏줄이자 차기 가주, 코우즈키 네무이. 그녀는 자신이 꿈꾸는 미래였다. 물론 나이차는 두살정도밖에 나지 않는 롤모델이지만, 두살 차이는 커녕 네다섯살 차이가 난다고 해도 믿을 정도의 저 어른스러움은 본받고픈 모습이였다. '오랜만이네요, 오토즈키.' 여름도 아닌데 치링, 하고 풍령이 울리는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청명한 목소리. 소녀는 읽던 책을 벤치에 올려놓곤 제 쪽으로 양 팔을 벌렸다. 그러면 자신은 항상 달려가, 그 품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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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연례행사가 없는 날인데, 본가에서 호출령이 내려왔다. 겨울 방학이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서, 이제 막 고등학교 2학년생이 되는 그녀는 준비해야하는게 너무나도 많았기에 웬만해선 거절하려했다. 그 목소리만 아니였다면, 말이다. ㅡ이야기를 하고싶네요, 오토즈키. 수화기 너머로 들린 그 목소리는 방금전까지 자신에게 호출령을 내린 식솔의 목소리가 아닌, 오라버니의 목소리였기에 오토즈키는 끊으려던 전화를 양손으로 쥐곤 제 목소리가 기대로 떨리는지도 모르고 입을 열었다. "코우즈키 오라버니, 오라버니인가요? 오라버니?" ㅡ네, 당신이 그렇게나 찾는 그 오라버니입니다. 여전히 여유롭고 어딘가 나른한듯한 목소리는 그의 목소리가 맞았기에, 그녀는 재빨리 옷을 껴입곤 차에 올라탔다. 그리곤 다시 전화기의 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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